다발성경화증의 조기 진단 및 치료 (Early diagnosis and treatment of multiple sclerosis)

다발성 경화증 (multiple sclerosis ; MS)은 중추신경계의 면역매개성, 만성 염증성 탈수초 질환으로 축삭 손상과 신경제포의 소실이 동반된다. MS 치료에 대한 포괄적인 접근은 증상의 해결과 염증성 탈수초화를 억제하는 치료들과 재수초를 촉진하고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약제들을 조합해야 한다. MS 치료를 시작하는 최적의 시기에 대해 일부 논란이 있지만, 많은 연구들을 통해 중추신경계의 손상이 질병 초기부터 발생하고, 초기의 잦은 재발이 훗날 장애의 정도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면역조정제 (immunomodulating agent)를 이용한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MS를 진단하기 위해 병변의 시간적, 공간적 파종 (dissemination)의 명확한 근거가 필요하고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수적이다. 이런 면에서 MRI는 시간적, 공간적 파종의 매우 유용한 근거로 사용되고 있다. MRI 진단적 유용성을 강조한 McDonald 진단 기준이 최근 간당하고 빠른 진단이 되도록 개정되면서, MS의 조기진단이 가능해졌으며 빠른 진단을 통한 조기치료가 강조되고 있다. 특히 임상적 재발이 없더라도 질병 부하는 축적되기 때문에 초기에 정확한 진단을 통해 조기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비가역적 축삭 손상이 MS의 초기부터 발생하고, 염증과 관련된 신경계의 손상과 탈수초화가 부분적으로 회복될 수 있더라도 보상의 한계를 넘어선 축삭 소실은 비가역적인 임상적 진행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들이 여러 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축적되고 있다. 우선 MRI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비가역적 축삭 소실로 인한 뇌 위축 소견 및 자화전달비 (Magnetization transfer ratio)의 감소가 MS의 매누 초기부터 관찰됨이 알려졌다. 또한 조직병리 소견에 의하면 염증반응은 병의 초기에 주된 것으로 축삭 손상의 원인이며 염증 매개성 축삭 손상은 초기 5년간 주로 발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염증변화는 감소하게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MS의 자연사 연구에 의하면 초기 재발율이 병의 진행 속도를 결정함을 알 수 있다. 즉 병의 진행에 대한 가장 중요한 예후 인자는 짧은 첫 재발기간과 첫 재발 후 불안전한 회복으로 조기 염증성 변화가 많은 환자일수록 진행이 일찍 발생하게 된다. 따라서 염증을 감소시키는 치료는 병의 진행경과 중 조기에 시행되는 것이 가장 좋으며 보다 더 효과적이다.
조기 치료의 효과는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그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뇌 MRI에 MS를 시사하는 병변을 가진 임상적 독립증후군 (Clinically isolated syndrome, CIS) 환자를 대상으로 한 3개의 제 3상 임상연구 (CHAMS, ETOMS, BENEFIT)를 통해 첫 번째 발병 후 시작한 Inerferon (IFN) beta 치료가 2년 내 두 번째 재발 비율을 현저히 낮춤을 알 수 있었다. 조기치료의 효과는 MRI를 통해서도 입증이 되어 2년간 지속적으로 MRI 병변 용적 (lesion load)의 증가를 줄여주었으며, 또한 IFN beta 치료군이 대조군에 비해 뇌위축이 적었다. 실제로 장기 추적 연구를 통해 초기 5년간 MRI 병변 용적의 증가 정도가 14년 후 EDSS (Extended Disability Status Scale) 점수를 가장 잘 예측하는 인자로 밝혀져 발병 초기의 변화가 MS 환자들의 장기적인 예후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울러 CHAMS 연구에 이은 5년간의 연장연구(CHAMPIONS)에서 상기 조기치료의 효과가 지속적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CIS 치료의 잠재적인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우선, 다른 질환들이 초기 MS와 유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진단이 모호할 수 있는 점이다. 또한 모든 CIS 환자가 MS로 발전하지 않을 수 있고, MS가 양성 경과를 보일 수도 있다는 점, 조기 치료의 장기적인 이점이 아직 완전히 증명되지 않는 점, 치료제의 잠재적인 부작용 그리고 환자들이 병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 CIS를 치료하지 않는 이유들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CIS 환자에서 임상적으로 무증상의 MRI 병변들이 관찰된다면 MS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음이 연구를 통해 입증되었다. 즉 CIS 환자에게 MRI상 2개 이상의 뇌병변이 있을 경우, 2년 후 85% 환자들이 McDonald MS로 45% 환자가 두 번째 발병으로 인한 임상적 확진 MS (clinically definite MS)로 진행하게 된다. 이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 결과도 있어 CIS 환자에서 단 1개의 뇌병변이라도 있을 경우, 89%의 환자에서 15년 후 MS로 발전한다. 아울러 CIS환자에게 초기 MRI 소견이 향후 재발 및 장애를 예측하는 지표로 이용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앞서 설명했듯이 ms의 진행은 축삭 손상에 의해 매개되며 염증반응들이 병 경과의 초기에 가장 활성화되며 축삭 소실에 크게 기여하고 이는 후에 환자의 장애의 진행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이런 이유를 기초로 최근엔 MS의 ‘therapeutic window'가 병 경과의 초기로 매우 앞당겨졌다. 그러므로 임상적으로 혹은 MRI를 통해 병의 활성도를 monitoring하여 이것이 입증된 경우 가능한 초기에 치료를 시작하여 질병의 경과를 완화할 수 있는 치료의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권유되고 있다.

척수시신경염의 개념 변화 (Changing concepts of neuroyelitis optica)

척수시신경염 (neuromyelitis optica : NMO)은 중추신경계의 특발성 염증성 질환으로 시신경과 척수를 주로 침범한다. 초기의 서술에 의하면, 심한양측 시신경염과 척수염이 동시에 도는 수 주의 간격을 두고 연속적으로 발생하는 단상성 질환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에서 시신경과 척수 증상이 재발함이 밝혀지면서 NMO의 MS의 한 아형인지 아니면 독립된 질환인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어 왔다.
최근에 들어서 NMO가 MS와 다르다는 임상적, 영상학적, 병리조직학적, 면역학적 특징들이 밝혀지고 있다. MS 환자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NMO 환자들은 재발을 한다. 하지만 MS와 다르게 NMO 환자는 심한 발병을 자주 경험하고 재발로부터 불안전한 회복으로 인한 장애를 조기에 가지는 경우가 많으며, 이차진행형 경과를 갖는 경우가 거의 없다. MRI상 척수분절 3개 이상의 길이를 가지고 척수의 중심부에 위치하는 척수병변 (longitudinally extensive transverse myelitis : LETM)을 보이고 급성기에 척수부종 및 조영증강을 흔히 보이며 병의 후반기에는 척수 위축과 중심 공동 (cavitation)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조직학적으로 혈관의 유리질환(hyalinization)과 혈관 주위 면역글로블린 침착 및 보체 활성 소견을 보여 체액성 면역이 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최근엔 환자의 혈청에서 NMO 면역글로불린 G (NMO-IgG) 라는 특이 항체를 발견했다. 간접 면역형광염염색을 통해 특이 항체 여부를 살펴본 결과 NMO 및 일본의 시신경-척수 MS 환자의 혈청에서는 양성을 보인 반면, 전형적인 MS 환자 및 기타 질환에서는 음성을 보였다. 이 자가항체의 존재와 높은 특이성은 그 후 다른 연구자에 의해서도 입증되었다. NMO-IgG는 NMO 환자 뿐 아니라 LETM의 첫 번째 발병인 경우에도 40%에서 양성을 보였고, 이 경우 1년 이내에 반 수 이상의 환자가 재발을 경험해 LETM 환자의 경우 항체의 존재 유무가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한 면역치료의 필요성 여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한 지표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NMO-IgG의 면역학적 표적은 aquaporin-4 (AQP04)라고 불리는 water channel로 별모양세포 (astrocyte)의 족부 돌기 (foot process)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은 혈관뇌장벽 (blood-brain barrier)을 구성하는 뇌의 미세혈관들이 풍부하다. 이러한 AQP-4에 대한 특이항체의 존재가 연이어 NMO 환자에서 입증되면서, AQP-4와 NMO의 연관성은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NMO 병변에서 AQP-4의 조기소실을 보이는 반면에 초기 MS 병변에서는 AQP-4는 보존됨이 서로 최근 다른 세 연구에 의해 밝혀졌다. 이처럼 AQP-4의 소실이 보이는 점 등은 AQP-4의 소실이 NMO 병변 형성의 초기 단계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NMO 또는 AQP-4 항체는 환자의 말초 혈액에서 순환하며 중추 신경계에서는 생성이 되지 않기 때문에 MS와 달리 뇌척수액에서 면역글로불린 G의 클론성 증가가 결여되어 oligoclonal bands가 대부분 관찰되지 않는다. 또한 이런 이유로 NMO 재발시 혈장교환술에 좋은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개인적 감수성과 초기에 어떤 면역 반응에의해 항체가 생성되는지 및 혈관뇌장벽의 누설 원인 등과 같은 측면들은 향후 밝혀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한편 동양에서 흔히 보이는 시신경-척수형 MS (opticospinal MS ; O는)가 NMO와 같은 병인지에 대한 논란 또한 계속되고 있다. 동양에서는 OSMS가 뇌 병변의 희소성, LETM, 시신경침범과 같은 NMO와 놀라울 정도의 유사성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OSMS를 MS의 특별한 아형으로 여겨 왔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일본 O는 환자의 57%에서 NMO-IgG 양성을 보이고, 이들의 임상 소견이 심한 시력 장애 및 LETM을 보인 점, 그리고 OSMS는 환자의 조직병리 소견이 NMO와 같다는 점을 미루어 NMO와 동양인의 OSMS는 같은 질환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일본연구자들은 여전히 OSMS가 MS variant라는 주장이 강하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병변의 위치만으로 질환을 정의한 OSMSDML 임상기준 때문에 야기된 문제라고 생각한다. 시신경과 척수에 국한된 병변을 가진 재발성 환자 중에도 LETM 소견이 없고, 전형적인 MS와 유사한 임상 경과 및 치료 반응을 보이는 환자도 분명이 존재한다. 이 경우 일본에서는 OSMS는 앞서 언급한 NMO를 포함한 이종 (heterogenous)의 환자를 포함하고 있다. 이는 NMO 한자의 경우 MS 재발방지를 위해 사용되는 일반적인 면역조정제의 효과가 불확실한데 반해, 일본 O는 환자에서 IFN beta 치료 시 재발률을 낮춘 결과를 보인 것에 대한 설명이 될 수 있겠다.
최근 NMO에 좀 더 특이적이고 간단하게 개선된 진단 기준이 제시되었다. 또한 NMO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에서 NMO-IgG 혈청 검사를 통해 임상적 의심이 확인됨에 따라 NMO의 범위는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확장되었다. 1999년에 제시된 진단 기준이 가정 널리 사용되어져 왔으나 여러 가지 문제들 (진단 기준의 특이도, NMO-IgG의 발견, MS와 구별되는 LETM의 높은 특이도, 전형적인 NMO에서 대뇌 침범이 드물지 않음)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였다. 새로운 진단 기준은 NMO 진단 시 시신경염과 척수염이 있어야 하고 3가지 보조기준 즉
1) 3개 이상의 척수분절을 침범하는 광범위한 척수 MRI 병변
2) 뇌 MRI 소견이 MS의 지단기준을 만족하지 않을 것,
3) NMO-IgG 혈청 양성의 조건 중 최소 2가지가 필요하다. (table 1)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할 점은 이제는 더 이상 뇌 MRI 병변의존재가 제외 기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뇌 병변은 발병 시에는 보통 없거나 비특이적인 피질하 병변이 일부 관찰되어 이전까지 NMO 진단의 제외 기준으로 사용되어 왔었다. 하지만 뇌 병변은 비교적 흔히 발견되며 대부분은 작고 비특이적이지만 약 10% 환자의 경우 MS의 Barhof MRI 기준을 만족시키기도 하며, 증상을 동반한 뇌병변도 드물지 않게 관찰된다. 또한 NMO의 특징적인 시상하부와 뇌실주의 병변은 높은 aquaporin-4 발현을 보이는 부위와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