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은 일단 사용하게 되면 최소 수년 이상 장기 복용을 해야 한다. 그리고 약물 복용의 시작과 중단 여부는 반드시 간질 전문의와 신중하게 상의한 후에 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특별한 유발요인 없이 발작이 두 번 이상 발생했다면 간질로 진단할 수 있으므로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보통 치료 초기에는 한 가지 항경련제로 시작한다. 약물에 따라 소량부터 투여하여 점차 증량하는 경우가 있으며 치료반응 정도에 따라 복용량을 결정하게 된다. 최대 용량까지 증량해도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다면 다른 종류의 항경련제로 바꾸어 치료한다. 이 경우에도 발작조절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작용기전이 다른 2가지 이상의 약물을 병용하게 된다. 항경련제는 꾸준히 그리고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며 복용기간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약물복용 후 발작없는 상태가 소아의 경우는 2~4년, 성인의 경우는 4~5년 정도 경과하면 약물을 서서히 감량하며 중단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약물을 중단하거나 감량할 때는 꼭 담담 전문의사의 처방에 따라 조절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고전적인 항경련제는 효과는 강하지만 부작용도 많이 알려져 있어 장기간 복용하기에는 부담이 되는 약물들이 많다.

이에 비해 새로운 항경련제는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고 약물의 효과는 고전적인 약물과 비슷하다고 소개되었으나 약물에 대한 경험이 적어 안심하고 사용하기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가격 또한 고전적인 약물에 비해 상당히 비싼 경향이 있어 약물선택 시 세심한 주의를 요한다.

항경련제를 선택할 때에는 발작의 유형, 약물의 효과 및 복용방법, 약물의 부작용, 환자의 연령, 성별 및 임신 여부 등을 잘 고려해야 한다. 특히 발작의 유형 및 항경련제의 효과와 부작용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므로 충분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항경련제의 부작용

항경련제는 매우 안전한 약이지만 다른 모든 약물이 그러하듯이 부작용, 독작용, 과민반응 등은 존재한다. 다만, 적절한 용량에 의한 부작용과 독작용은 매우 미미하다고 해도 과다한 용량이 투여된 경우에는 독작용과 부작용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용량조절에 언제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때로는 용량과는 무관한 과민반응이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이는 특이적 체질에 의한 반응으로 생명을 위험할 수도 있으므로 처음 약물 투여 후 수개월간은 과민반응의 발현 유무를 철저하게 관찰해야 한다. 항경련제의 부작용은 약물의 종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으나 간략히 소개하면<표1>과 같다. 단 이 내용은 항경련제를 복용하는 모든 환자가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니며 나타나는 부작용의 강도 또한 대부분 경미하다.

<표1> 향경련제의 부작용

간질 환자가 알코올, 마약, 카페인 등을 복용하면 흥분 효과로 인해 발작이 악화되는 경우가 있으며 약물의 효과도 방해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알코올, 술은 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키며 항경련제는 알코올의 효과를 상승시켜 적은 양의 알코올에서 쉽게 취하게 된다.

▶ 간질 발작 환자의 응급 처치법
전신을 심하게 떠는 대발작 환자를 직면하게 되면 대개는 당황하여 어쩔 줄을 몰라 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잘못 알려진 응급처치는 환자에게 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당황하지 말고 아래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 좋다.
① 환자 주변의 딱딱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치운다.
② 강제로 환자를 제압하지 않는다.
③ 발작이 끝난 환자의 분비물을 제거한다.
④ 발작이 끝나면 환자를 정신적으로 안정시킨다.
대개 발작은 가만히 두면 2~3분 이내 저절로 끝나게 되지만 대발작이 5분 이상 지속되면 간질중첩증으로 이행될 수 있기 때문에 지체하지 말로 응급으로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뇌의 간질발작 부위가 한곳에 모여 있다면 완치율은 60~90% 정도이며 특히 간질병소 부위가 뚜렷한 경우와 측두엽 간질인 경우 완치율은 더욱 높다고 할 수 있다. 수술로 간질발작이 일어나지 않게 되더라도 대부분의 환자들은 예방 차원에서 낮은 용량의 향경련제를 일정 기간 계속해서 복용해야 한다. 수술 후에는 간질발작이 사라졌다고 해도 상당 기간 동안의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발작이 감소함에 까라 사회생활, 특히 취업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 있고 새로운 책임감과 다른 사람들의 기대 등 변화된 인관관계를 경험할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로 인해 오히려 우울감을 느끼기로 하는데 환자들이 적응하는 동안 주위에서 많은 격려를 해 주어야 한다.

특히 간질 환자들은 보통의 경우 발작의 시작을 미리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발작으로 인한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가장 난처한 상황 중 하나는 목욕과 프라이버시 유지에 관한 것인데 현명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 잘 조절되지 않는 가스기구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험하지만 간질 환자에게는 특히 더 위험하다. 자동점화장치가 완벽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요리기구 근처에서 발작을 하면 매우 위험하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잠들어 있을 때 발작을 하면 얼굴이 베개에 눌려 질식할 수도 있으므로 질식을 예방하는 베개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민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엄권과 행복추구군 및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신성불가침의 기본권으로 선언하고 이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간질을 가진 사람도 자신의 존엄권을 지켜 나가면서 자신이 처한 환경 안에서 행복을 설계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이루어 나갈 권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간질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증상의 경중과 최근 발작 여부 등을 무시한 채 운전면허를 교부하지 않는다거나 이혼사유 내지는 직장에서 해고 사유로 삼아 개개인의 정상적인 사회경제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분히 문제가 된다 하겠다. 우리나라 간질환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 및 태도 조사를 최근 2007년 3월에 에필리아(에서 실시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 전국 성인남녀 약 1,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약 과반수가 간질을 유전병으로 알고 있으며 간질이 정신지체의 일종이거나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생각하는 비율도 약 30%나 되었다. 간질 환자들을 대할 때 불편할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약 35% 되었으며 직원 채용시 선택적으로 하겠다고 답한 사람이 약 과반수를 차지하여 아직까지 간질 환자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질은 정확히 진단되고 적절히 치료하면 대부분 발작이 잘 조절되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질환이다. 간질에 대한 올바른 치료는 정확한 진단에서부터 시작되며 간질 전문의와 정확한 상담을 통한 최선을 약물을 선택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발작 없는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여야겠다.